작년인가 재작년에 갔던 경주 오글오글 글램핑.
화장실과 따뜻한 샤워시설이 있어서 좋았던 곳.
우리 아들에겐 빔으로 영화를 보던 기억이 좋았는지
요즘 들어 부쩍 빔 쏘고 영화보는 텐트 치는 곳에 놀러가자고 노래를 불러서.
나는 움막 생활을 좋아하는 쪽이 아니지만
이기지 못하는 것이 자식과 세월이라.
출발 전 어떤 장난감을 고를지 고민 중인 우리 아들.
결국 맨몸으로 출발.
카봇은 꿈에서 보는 걸로.
경주를 지났던가..
먹구름이 가득해지면서
가시 거리가 티라노사우루스 시력만큼 나빠지면서
우박같은 비가 우박우박 떨어지는 통에
비상깜빡이까지 켜가며 운전.
이대로 캠핑장에서 빗소리만 들어야하나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웬걸. 몇 키로 안 가서 햇빛은 쨍쨍 대머리는 반짝.
우박같은 빗방울의 흔적조차 볼 수가 없었다.
입실 시간이 15시부터라 순진하게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글램핑에 도착했더니
이미 절반이 방이 가득찬 상태였네.
나무 그늘 있는 시원한 곳부터 자리가 차버려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그나마 좋은 곳으로 선택.
도착하자마자 우리 강아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수영장과 퐁퐁을 왕복하시며 개같은 체력을 과시함.
나는 평생 퐁퐁이라 부르며 살았는데
거기 놀러온 사람들은 방방이래.
문화 충격.
이미 도착해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단위 일행이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할아버지들은 퇴출 1호 상대.
애들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는 버릇이라니.
딴에는 멀리서 핀다고 하는데. 담배연기가 물줄기 흐르듯이 길 따라 가는 것도 아닌데.
쉬면서 노는 취지로 아들을 꺼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들을 수 있던 매미소리가 화창한 가운데
평상에 붙어있던 매미 허물.
우리 아들, 곧바로 신기 모드 돌입..
머리카락 밀어주고 싶어.
아들 혼자 잘 노는 듯 해서 엄마랑 아빠랑 탁구 치러 살짝 빠졌더니
고새를 못참고 엄마아빠에게로 달려온 우리 강아지.
누나, 동생, 형아들이랑 물놀이 실컷 하고 있을 것이지
어른들 하는 건 다 따라하려고 해서.
울상을 짓고 있길래 탁구채를 줬는데.
파리를 잡고 있네.
기물 파손할까싶어서 할 수 없이 철수.
추위 잘 타는 우리 아들은.
입술이 퍼래져서 아래턱 위턱으로 굿거리장단을 치고 있네.
좋다고 웃고 난리치길래 아직은 물에서 꺼낼 시간이 아닌 듯 하여
지켜만 보고 있다.
노는 내내 아빠미소.
물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물총놀이.
무슨 레이저건처럼 생긴 물총과 권총도 나타났지만
무한 리필이 가능한 배낭형 물총이 수월치.
코코몽 배낭을 물에 담궈놓으니 엄마아빠는 물놀이를 구경만 하면 되는 걸로.
장난 친다고 물총 입구를 손으로 막고 쏘는 통에 물총이 고장났지만
집에 와서 엄마가 고침.
턱끼리 따닥따닥 캠프파이어 소리를 내는 것을 듣다 못한
주위 엄마들이 선일이 꺼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거들어줘서
덜렁 들고 씻기고 간식타임을 보내는 중이다.
또 놀러간다는 거 말린다고 식겁잔치를 하네.
딸과 아들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을 또 다시 느끼는 중.
해가 지고 있고 해먹에 몸을 맡기신 아드님.
흔들흔들하면 기분 좋은데 오래 안 누워있네.
정신병인가.
집중력이 없어.
해가 지고 번개가 번쩍, 천둥이 우르르 쾅쾅
하늘에선 한줄기 빛이 내려오며 미친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저때부터 새벽까지 하늘에선 번쩍번쩍.
사진이 흔들렸지만 느낌이 좋은 사진.
내 새끼 곱구나.
풍경사진은 결국 버린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보름달같은 조명과 그 아래 널린 우리 아들 수영복을 보니
그 느낌이 남달라서 살짝 반성 중.
엄청 덥고 푹푹 찌는 여름날.
원래 캄캄한 밤인데
번개가 하도 치는 통에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빛줄기 번개를 찍고 싶어한 부인.
빛줄기 번개는 그 후로 볼 수가 없었지.
번개가 멀리서 쳤거든.
천둥 소리는 안 들렸거든.
우리 아들의 오랜 염원.
텐트에서 빔 쏘며 영화 보기.
내부에 중문 아닌 중가림막이 있어서
걷어내고 봤더니 쾌적함 지수가 130% 상승했다.
저번에 영화볼 땐 중간도 못 보고 코코 자더니.
이번엔 끝까지 버티고
엔딩 크레딧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린 내 새끼.
장했어.
번개가 왔다갔다 하더니
결국 새벽에 우리 자는 곳에서 또 다시 우박같은 비가 우박우박.
부인님은 자다가 빗소리에 놀라 깨서
일기예보를 한참 보더니 산이 떠내려갈 것을 염려해 '집에 가야하나...'를 연발하심.
다행히 비가 그치고 다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
옆 텐트에선 머시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도란도란 부부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그만... 잇힝.
움막은 방음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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