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오고 2014년이 어느새 되었으며 나의 하루는 어제와 다르지 않다.
우리 선일이는 한살을 더 먹어 꿈에 그리던 3살이 되었고, 내년이면 전설에서나 내려오던 '미운 4살'이 아닌 '미친 4살'이 된다.
그 와중에도 나를 괴롭혀오는 것이 있으니, 나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이 있나니, 다름 아닌 설거지로다.
싱크대 높이가 나의 키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이놈은 해도해도 끝이 없고 표시도 나지 않으며 돌아서면 또 다시 싱크대가 수북히 쌓이게 되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며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마법의 6차원 공간이로다.
* 내 그대를 위해 죽을 수 있으되, 설거지는 그대가 하면 안되겠소
허나 사랑하는 미정이가 나랑 살면서 해왔던 고생에 비하면, 선일이를 1년간 키우면서 상한 몸에 비하면 이 정도야 고생이라고까진 할 것도 없으니,
새해를 맞이하여 '죽을 순 있으되 설거지는 못하겠다'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어겨,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설거지를 실천에 옮긴다.
부인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말끔해진 싱크대를 보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거느린 남자의 소소한 기쁨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성현에 이르기를
'너를 위해 죽을 순 있으나 설거지는 죽어도 못한다' 하였으되,
기꺼이 싱크대로 향하심은
크신 분의 사랑이 대저 이러하였도다.
[누가그캤노 2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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