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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생일파티
    Daily 2023. 2. 12. 20:45

    하나 있는 아들의 12번째 생일이 다가왔다.

    아들은 생일날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받기로 했다고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주고 받는 선물은 무려 구글기프트카드. 두둥.

     

    나도 해본 적 없는 현질을 초딩이 하다니.

    부러울 따름이지만.

    생일 선물을 받고만 있을 순 없으니

    와이프 왈

    아들아, 그럼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야하지 않겠니

     

    로 시작된 아들 생일 프로젝트의 시작.

    생일 전날이자 4학년의 마지막날 학교를 가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로 한단다.

    그렇게 모이게 된 10대 청소년 6명.

     

     

    와이프가 퇴근날 다이소에서 사온 HAPPY BIRTHDAY 풍선을 아침부터 불고 붙이고.

    우리 아들 폐활량 늘었겠네 ㅋㅋㅋ

    한시 반부터 하나둘씩 우리 집에 모이기 시작한 10대 청소년들.

    어째서 다 남자냐. 어떻게 된 거냐 아들.

     

    과연 10대 청소년답게 모이자마자 하는 거라곤 휴대폰과 태블릿. 심지어 노트북까지 등장.

    그래. 이왕 할거면 큰 화면으로 하는 게 낫지.

     

     

    한시 반에 4살 때부터 가까이 두고 친하게 지낸 벗이 마지막으로 등장하여

    제발 게임 좀 그만하고 음식 앞으로 오라고!

     

    겨우겨우 피자와 치킨과 기타 등등 앞으로 모인 10대 청소년들.

    그래도 주인공 기 살려준다고 서로 주인공 옆에 앉을 거라고 가위바위보까지 해주는 착한 녀석들.

    울 아들 절친이 오자

    아 쟤는 선일이 바로 옆에 앉고. 나머지 한 자리는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거다.

     

    로 시작된 자리 배틀.

    너희들, 피자 식는다고.

    선물은 언제 줬는지도 모르게 어딘가에 있고.

    기프트카드로 모자랐는지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현금까지 덤으로 얹어준 아이들.

    그래. 선물은 현금이지 ㅋㅋ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모든 음식을 클리어하고

    다시 시작된 베드워즈의 세계.

    한 친구는 게임에 그닥 흥미가 없어서 우리 집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노트북을 가져온 아이는 케이블을 가져오지 않아 맥민희에로 초대를 하고.

     

    울 집을 방황하던 것을 보다 못한 어린이들이 같이 놀자고 제안을 하고.

    그리하여 열린 그들만의 리그. 탁구대회.

    그냥 신나는 보드게임이나 열어줄 걸.

    탁구대회를 개최하는 바람에. 아랫집에 몹쓸 짓을 해버렸다.

    탁구를 서서 칠 거라는 너의 순진한 생각은 틀리고 말았어.

     

     

    너희들 탁구 조금만 치고 나가서 놀아라.

    하지만 한 시간 겨우 못 채우고 다시 들어온 아이들.

    한 아이는 집으로 가고 다섯 명이 용사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 뛰어놀았으니 배고프겠지.

    용가리랑 만두로 배를 채우고.

    다시 시작된 베드워즈와 탁구.

     

    하지만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지.

    매트를 깔아놨거든.

    매트를 깔면 조용해질 거라는 나의 생각은 틀리고 말았어.

    매트를 보고 안심한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날뛰기 시작한다.

    마치 헤드기어를 착용한 상대를 보고 마음 놓고 하이킥을 날리는 것처럼.

     

    하지만 한 시 반부터 해질 무렵까지 이어진 아들의 생일 파티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렇게 지내는구나.

    다들 착하고 속도 깊고 서로를 위할 줄 아는구나.

    우리 아들의 이런 모습 처음 본다.

     

    4학년이 끝나고 나서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 넘 미안하다.

    미리 알았으면 좁은 말리부에 태워서 연무회 수련실에도 풀어놨을 텐데.

    너희들 놀거리가 산해진미 었단 말이다.

     

     

    아이들이 집에 갈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내려진 처방.

    맥도날드로 데려갈 것.

    그리고 고맙게도 이렇게 하루종일 잘 놀아줬는데 굶겨서 보낼 순 없지.

    너희들 저녁 먹고 갈래??
    엄마한테 물어볼게요.
    네, 전 시간 많아요

     

    아, 넌 심지어 시간이 많구나.

    그럼 맥도날드로 가자. 옷 입어 ㅋㅋㅋ

    초등학생들은 돌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던가.

    햄버거를 먹는 동안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 5학년엔 한 명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단다.

    선생님, 이 여섯 명이 그렇게 힘드셨나요 ㅋㅋㅋ

     

    여차저차 하루가 지나가고

    집에 와선 울 아들이 단톡방을 정비한다.

    몇몇 친구를 더 초대하여 10명의 거대한 단톡방이 탄생하였다.

    아침엔 그룹콜도 오고 간다.

    하나같이 착하고 이쁜 녀석들.

     

    내년엔 각자 반이 찢어지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지??

    다음 달에 또 생일이 있다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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